UR이 타결되고 WTO가 출범함에 따라 세계 경영환경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이고, 한국기업에 미치는 영향또한 크다. 본장에서는 이러한 국제통상질서의 변화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며, 한국기업에게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변화가 일어날 것인지 알아보기로 한다.
1. 기존의 국제무역규범과 WTO체제 출범에 따른 변화
그동안 국제무역질서를 규율해온 GATT(1947)규정 및 관련 법제, 동경라운드 다자간 무역협정, GATT 밖에서 예외질서를 형성해 온 다자간 섬유협정 등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며, 서비스등 새로운 분야에 대한 규범도 도입된다. 우선 국제무역의 기본질서를 형성해 온 GATT규정상의 최혜국대우, 내국민대우, 자유무역주의원칙이 UR에 의해 전반적으로 더욱 강화되었으며, 특히 그동안 GATT상의 일반원칙에서 벗어나 예외적으로 인정되어 왔던 각종 예외규정이 크게 축소되어 자유무역이 보다 강화되었다는 점이다. 예컨데, GATT규정중 1)제 25조 5항(웨이버)의 개정을 통해 GATT의무의 면제를 억제 또는 폐지하도록 하였으며, 제 18조 B의 개정을 통해 국제수지 악화를 이유로 한 개발도상국의 각종 수입제한조치 운용을 크게 제한하였다. 또한, 농산물협정을 통하여 그동안 GATT 제 11조 2항(농산물 수출입제한규정)에 의거해 인정되었던 각종 수입제한등의 비관세장벽을 관세화하는 형식으로 개방하고 관세상당액을 점진적으로 인하하여 농산물의 자유무역을 확대하려 한다. 이밖에 WTO의 설립협정을 통하여 조부조항의 적용을 원칙적으로 폐지하도록 하였다. 동경라운드의 다자간무역협정도 UR협정을 통해 크게 개편되었다. 즉, 동 협정은 별도로 가입한 국가간에만 적용되었으나 UR협정의 발효 후에는 동 협정 9개 중 반덤핑, 보조금, 상계관계, 기술장벽, 수입허가절차, 관세평가의 5개 협정이 WTO 전회원국에 적용되는 다자간무역협정에 편입되었으며 항공기,낙농, 우육, 정부조달협정의 4개만이 복수국가간 무역협정으로 남게 되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들 협정의 적용이 과거에 비해 자유무역, 공정무역을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개정되었다는 점이다. 즉, 반덤핑제도가 보다 엄격화되고 남용이 억제되며, 보조금이 축소되고 기술장벽이 억제되며 정부조달 시장은 개방이 확대된다는 것이다.
2. UR이후 국제통상관계변화의 주요 특징
UR타결에 따르는 WTO체제의 출범은 향후 국제통상관계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우선 보호무역주의가 어느 정도 약화되고 자유무역및 공정무역이 강화될 것이다. 그동안 수차례에 걸친 GATT 다자간협상을 통하여 인하되어 온 관세는 여전히 보호무역의 주요 수단이 되어 왔는데 이번 UR협상에 따라 발효 후 4년에 걸쳐 평균 33%가 인하될 것이므로 이제는 수입장벽으로서의 역할이 약해질 것이다. 즉, UR협정의 관세인하 목표시기인 90년대 말에는 미국, 일본, EC등 선진국들의 평균관세율은 3-5%수준, 선발개도국의 평균관세율은 10% 내외수준으로 인하될 전망이다. 더욱이 무세화품목의 경우 관세를 통한 수입장벽의 설정이 앞으로는 불가능해지게 된다. 또한 관리무역의 형태를 유지했던 농산물, 섬유류무역이 점진적으로 자유화되고 회색지대조치는 철폐하도록 되어 있어 각국이 유지해 왔던 보호무역수단은 점차 축소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그동안 자국산업 보호를 위해 악용 또는 남용되어왔던 반덤핑, 보조금, 상계관세, 기술장벽 등 동경라운드협정 내용이 크게 개정되어 공정무역여건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UR이 타결됨으로써 향후 국제통상관계는 다자주의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UR은 기본적으로 다자간협상으로서 WTO체제의 출범은 쌍무협상을 억제하는 기능을 할것이다. 특히, 미국 이외의 주요 선진국 및 개발도상국들은 향후 통상문제 발생시 강력한 준사법적인 기능을 가진 WTO의 분쟁해결기구를 활용하고자 할것이며, 이는 곧 통상관련분쟁을 국제무역기구를 통해 공식화하고 다자화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따라서 WTO의 출범을 계기로 통상문제에 대한 결과지향형접근방식을 취해 온 미국에 비하여 국제규범지향형접근방식을 주장해 온 일본, EC, 개도국 등의 입지가 일단은 상대적으로 유리해질 것으로 보인다.
UR의 타결은 그동안 심화되어 온 지역주의를 다소 약화 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경제통합은 일반적 강제효과로서 역내국간에는 무역확대효과(역내관세인하, 비관세장벽의 철폐에 의해 역내국으로부터의 수입품이 국내산품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저렴해져 무역이 창출되는 효과), 규모의 경제효과(시장확대, 규제의 표준화 등에 의한 역내경제의 확대), 경쟁촉진효과(역내국으로부터의 수입이 용이해져 수입품과 국내품과의 경쟁이 촉진되는 효과) 등 주로 긍정적 효과가 부각되는 반면, 역외국에게는 무역전화효과(상대적으로 저렴해진 역내국으로 부터의 수입이 역외국으로 부터의 수입을 대체하는 효과)와 투자전환효과(상대적으로 유리해진 역내국에의 투자가 역외국으로의 투자를 대체하는 효과)라는 부정적인 효과를 초래한다. 이와 같은 지역경제통합의 역외국에 대한 차별성 및 보호무역적 효과는 다자간무역자유화를 추구하는 WTO체제의 출범 이후 점차 희석화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지역블록화는 향후에도 당분간 계속 추진되어 갈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유럽, 미주, 아시아의 3극체제로 통합되어 갈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UR이후 지역블록간의 자유화가 진전되는 중추적 구조를 형성할 것이다. 이러한 지역블록간의 자유화는 개방적 지역주의로 전화되어 장기적으로는 범세계적 무역자유화와 세계경제통합으로 진전될 가능성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상과 같은 국제통상관계의 긍정적 변화전망에도 불구하고 몇가지 우려되는 변수도 있다. 첫째, 향후 선진국들이 경기침체나 실업문제등 국내경제상황이 악화될 경우 각국이 UR협정 및 양허계획을 철저하게 지킬 것인지는 다소 의문시된다는 점이다. 특히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될 경우 선진국간의 협력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어 다자간자유무역화의 속도가 늦춰질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선진국의 특정국가에 대한 쌍무협상압력은 WTO체제의 출범에도 불구하고 지속될 것이다. 특히 미국의 무역역조조건개선을 위한 대일통상압력은 여전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셋째, 이번 UR협정내용이 매우 포괄적이기는 하나 여전히 계속 논의할 분야가 남아 있다. 예컨데 서비스무역, 지적재산권 보호, 환경보호, 공정경쟁정책, 노동문제 등은 향후에도 국제규범의 강화나 새로운 제정을 위한 긴장관계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결국 소위 [그린라운드]또는 [클린턴라운드]라는 새로운 다자간 협상의 장이 태동할 가능성이 크다.
3. UR 이후 국가군간 상대적 위치 변화전망
UR 이후 예상되는 중요한 변화의 하나는 선진국, 선발개도국, 후발개도국 등 국가군간의 상대적 위치가 재편될 것이며, 이들 국가군간 상대적 격차는 장기적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UR 이후 국가군간의 상대적 위치 변화는, 첫째 무역장벽의 완화정도및 시기에 있어서의 차이(예컨대 과거에 수입규제가 많았던 나라일수록 무역장벽의 완화부담이 클 것임), 둘째 각국의 개방에 대한 대응능력, 즉 개방에 대한 준비여부, 사회부문간 이해조정능력 및 경쟁력 여하(예컨대 경쟁력이 있는 국가일수록 UR 이후 자유무역체제하에서 더 유리할 것임), 셋째 대외 발언권 또는 협상력(예컨대 UR협상과정에서 자국의 이해관계를 정확히 파악하여 반영하는 협상력이 큰 나라, 타국의 UR 이행 여부를 향후 지속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나라일수록 유리할 것임)등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이상의 세가지 결정요인을 고려할 때, 선진국일수록 유리하며 따라서 UR이후 선진국과 선발개도국, 선발개도국과 후발국간의 상대적 격차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가군별 무역장벽의 완화부담측면에서 볼때, 선진국보다 선발개도국, 후발개도국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선진국의 경우 시장개방측면에서 MFA 철폐에 대한 부담은 있으나 점진적이며, 정부조달시장개방의 확대는 주로 선진국간의 무역으로서 상호 시장점유의 확대의미를 가지는 측면이 강하다. 그리고 반덩핑, 원산지규정 등 규범분야는 다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반면, 개도국의 경우 UR협상의 참여개시, 협상분야 자체의 설정, 협상진행과정, 최종협정내용의 타결 등에서 미국, EC등 선진국의 요구 또는 주장을 불가피하게 수용해 가는 형태를 띠었다. 오히려 개도국일수록 그동안 유지해 왔던 무역장벽을 크게 완화하지 않으면 안되는 부담을 안게 되었으며, 특히 향후 성장부문인 서비스무역의 자유화, 대폭적인 관세인하 등과 같은 시장개방과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 및 무역관련투자조치 철폐 등으로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부담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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